싱가포르에서 맛보는 중국 쌀국수 Shi Miao Dao
이열치열, 여름에는 뜨거운 국물이 진리입니다.
하루 이틀 지나다니는 쇼핑몰이 아닌데 왠지 모를 낯선 음식점이 보입니다.
아무리 사람이 보고 싶은 것만 본다고 하지만 새로 오픈한 음식점처럼 호기심 가는 중국 면요리점 하나가 뜬금없이 눈에 띕니다. 모퉁이 구석에 자리 잡은 음식점도 아니고 사람 왕래가 잦은 곳이라 한 번쯤을 보았을 법도 한데 필자는 분명 눈을 한쪽 감고 다녔나 봅니다.
필자는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그리 많은 부류가 아닙니다. 웬만하면 익숙한 맛을 두고두고 즐기는 타입입니다. 먹는 것을 실패한다는 것은 제 안의 화를 돋우는 일이 되고야 마는 일이기 때문에 어지간하면 새로운 맛에 대한 시도는 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그 익숙한 맛 또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 어렵게 찾아내는 경우가 대부분인지라 단번에 확~하고 꽂혀버리는 음식의 종류는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선텍 시티(Suntec City)
Shi Miao Dao 운남 쌀국수(Shi Miao Dao Yunnan Rice Noodle)는 선텍 시티(Suntec City)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선텍 시티는 싱가포르 다운타운 중심의 하위 구역에 해당하는 마리나 센터(Marina Centre)에 위치한 주요 복합 용도 개발 시설로 쇼핑몰, 오피스 빌딩 및 컨벤션 센터가 결합되어 있습니다.
선텍 시티몰은 다양한 브랜드 매장이 입점해있는 싱가포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형 쇼핑몰입니다. 총 5개 동의 건물에 걸쳐있으며 300개가 넘는 샵들을 비롯하여 유명한 맛집에서부터 푸드코트, 레스토랑 등 여러 가지 편의시설이 함께 들어서 있습니다. 쇼핑몰 중심부에 자리한 '부의 분수'는 싱가포르의 유명한 관광명소이기도 합니다.
Shi Miao Dao 운남 쌀국수(Shi Miao Dao Yunnan Rice Noodle)
위치: 선텍 시티
주소: 3 Temasek Blvd, #B1-126A Suntec City, Singapore 038983
Shi Miao Dao 운남 쌀국수가 싱가포르에 들어왔던 시기는 꽤 오래 전인 것 같습니다. 2016년 즈음 하버 프런트에 위치한 비보시티 푸드 리퍼블릭에 입점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폐점 상태이고 선텍 시티에 다시 자리를 잡은 듯합니다. 비보시티 푸드코트에는 센토사 갈 일 있으면 어쩌다 한 번씩 들리곤 했었는데 음식보다는 야쿤 카야토스트를 주로 먹으러 갔었네요.
Shi Miao Dao 운남 쌀국수는 중국 전역에 750개가 넘는 매장이 있다고 합니다. 당면과 여러 가지 재료를 끓는 국물 그릇에 넣고 10초 이내에 요리하기 때문에 이름이 十秒 到라고 합니다. 중국어를 조금이라도 구사할줄 아시는 분이라면 한자만 보시고도 대략 뜻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음식에 대한 아무 정보없이 그저 뜨끈한 국물요리 한 그릇 먹고 싶은 마음에 선뜻 들어가 본 곳이었는데요. 결과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요즘 싱가포르에는 이틀 간격으로 비가 내려서 습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한 며칠 몸도 찌뿌둥하고 속을 따뜻하게 데워줄 음식을 찾고 있던 차라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면요리에 마음이 갔던 것 같습니다.
싱가포르는 요즘 우드 소재를 이용한 밝으면서도 깔끔한 목조 인테리어가 대세인듯합니다. 조명 디자인도 과하지 않은 느낌의 심플함을 추구하는 듯 보이고요. 메이컵 들어가는 대부분의 샵들이 비슷한 트렌드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컬러감을 내세우기보다는 내추럴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한국의 음식점이나 레스토랑 인테리어 트렌드는 어떤지 궁금해지네요.
음식점에 들어가기 위한 웨이팅은 그렇게 길지 않았습니다. 5분 정도 기다리니 바로 자리가 났어요.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 시그니처 메뉴 하나와 다른 종류의 누들 수프를 주문하였습니다. 애피타이저로는 산뜻한 오이절임을 선택하였습니다. 그리고 사이드 메뉴 중에 밥이 없다는 게 조금 아쉬웠지만 외부 음식점에서 밥 사 오는 것을 선뜻 오케이 해주셔서 밥 하나도 추가하였습니다. 한국 사람은 뭐니 뭐니 해도 밥심이죠. ^^
드디어 나왔습니다. 깔끔한 세팅이 마음에 듭니다. 국물은 별도로 큰 그릇에 나오는데요. 저희가 Shi Miao Dao 쌀국수와는 처음 접해본다는 것을 눈치챈 직원분께서 먹는 방법을 알려주셨어요. 딱 봐도 외국인처럼 보였나 봅니다. 생으로 된 고기와 면을 먼저 넣어준 후 야채 그리고 날계란까지 넣어줍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뽀얀 빛깔의 쌀국수를 넣고 맛있게 먹으면 됩니다.
선택할 수 있는 수프는 오리지널, 토마토, 말라, 절인 양배추의 4가지 베이스가 있습니다.저희가 주문한 종류는 오리지널 버전과 절인 양배추 버전입니다.
오리지널 쌀국수 수프(Shi Miao Dao Famous Crossing Bridge Rice Noodle Soup)
오리지널 수프의 육수는 닭고기와 돼지뼈를 6시간 동안 충분히 끓여서 우려낸 것이라고 합니다.육수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크리미한 화이트 바디를 맛보고 싶으시다면 오리지널을 주문하시면 될 것 같아요. 별도로 서빙되는 국수는 고기와 야채의 모든 풍미가 우러난 후 마지막에 넣어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다고 합니다. 쌀국수라서 그런지 식감이 부드럽습니다. 설렁탕 먹을 때처럼 마지막에 국수 넣어먹으면 술술 잘 넘어가는 그 느낌 그대로였습니다.
절인 양배추 쌀국수 수프(Golden Hot And Sour Rice Noodle)
절인 양배추 버전은 시큼하면서 자극적인 맛이 특징입니다. 잘게 다진 양배추와 숙성된 식초에 절인 녹색 고추로 맛을 낸 수프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메뉴입니다. 얼큰한 맛과는 다른 새콤매콤한 맛을 즐길 수 있고 아삭아삭 씹히는 양배추가 식감을 더해줍니다. 감기에 걸렸을 때 매운맛 음식 먹으면 금방 낫는다는 말이 있는데 사우어 버전이 딱이라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런 독특한 맛은 호불호가 갈리기 때문에 음식 취향이 맞으신 분들이 드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애피타이저로 주문한 오이 요리 한가지만 국물요리에 곁들여 먹기에는 뭔가 허전해서 소고기 샐러드 느낌이 나는 사이드 메뉴를 한 가지 더 주문하였습니다. 수육처럼 얇게 썬 소고기를 고춧가루와 오일에 버무려서 담백한 맛에 향미가 더해진 고수까지 곁들이니 국물요리의 뜨끈함과 조화가 잘 이루어져서 맛이 참 좋았습니다. 약간 짭쪼름한 맛이 있지만 나름 이국적인 맛이라 별미였습니다.
Shi Miao Dao는 정통 운남 요리라고 전해지며 '교량을 건너는 쌀국수'라고 불려지기도 한답니다. Shi Miao Dao와 관련하여 전해져 내려오는 일화가 있는데요. 어느 섬에서 황실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남편에게 점심을 가져가기 위해 매일 운남의 다리를 건너곤 했던 아내의 이야기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합니다. 섬으로 가는 동안 아내는 국수가 제 맛을 잃지 않도록 뜨거운 수프와 음식재료를 따로 포장하였습니다. 뚝배기는 남편이 따뜻하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사용되었으며 남편이 먹을 준비가 되면 끓는 국물을 뚝배기에 채우고 국수와 다른 재료를 첨가하여 요리하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전설을 바탕으로 지금까지도 Shi Miao Dao의 쌀국수 제공 방식을 유지해오고 있다고 하는데요. 음식이름에 아름다운 비하인드 스토리가 곁들여지니 뜨거운 국물 맛이 더욱 진하게 느껴지면서 부인의 남편에 대한 지극한 사랑까지 함께 와 닿는 것 같았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 가슴 가득 차오르는 허전한 감정을 추스리고 싶으시다면 뜨끈한 Shi Miao Dao 운남 쌀국수 요리와 함께 해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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