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라이프/로컬맛집

새해맞이 떡국 맛집 한식당 향토골 레스토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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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맞이 떡국 맛집 한식당 향토골 레스토랑

 

2021년 1월 1일, 아주 특별한 새해맞이 떡국을 먹었습니다.

 

전날 감기 기운이 살짝 돌아 약을 먹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여전히 한기가 듭니다. 따뜻한 떡국을 끓여먹으려고 보니 재료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어요. 전날 미리 사다 놓는다는 것이 깜빡하고 말았습니다. 떡국떡은 상비되어 있는데 지단 부칠 달걀도 없고 결정적으로 소고기 사다 놓은 게 없습니다. 새해 첫끼부터 대충 먹기는 그렇고 제대로 먹을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섰습니다.

 

 

향토골 레스토랑 스페셜 떡국

 

 

래플스 시티, 한인식당 향토골
래플스 시티, 한인식당 향토골

 

래플스 시티, 한인식당 향토골
래플스 시티, 한인식당 향토골

 

싱가포르는 떡국 먹는 문화가 아니다 보니 음식점에서 떡국이란 존재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한식당 메뉴에도 만둣국은 있지만 떡국 또는 떡만둣국은 없어요. 그나마 떡볶이가 알려지면서 떡이라는 존재가 음식으로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편입니다.

 

향토골 세트 메뉴
향토골 세트 메뉴

 

새해 첫날은 대부분의 상점들이 문을 닫는 편이라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어딘가 한 군데는 오픈했겠지'라는 생각으로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쇼핑몰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이전에 한번 포스팅했던 새우 국수 가게가 있던 쇼핑몰에 한국분이 운영하시는 한식당이 있습니다. 식당 이름은 듣기에도 정겨운 향토골입니다. 다행히도 영업 중이었어요.

 

 

향토골 레스토랑 싱가포르

 

위치: 래플스 시티 쇼핑 센터
주소: 252 north bridge road, #b1-74, raffles city shopping centre, 179103

 

 

래플스 시티, 한인식당 향토골
래플스 시티, 한인식당 향토골

 

 

향토골은 싱가포르에서 문을 연지 오래된 한식당입니다. 최근에 마리나 베이 샌즈 몰에도 오픈을 했는데 기회 되면 그곳에도 한번 가볼 생각입니다. 개별 레스토랑이 아닌 푸드코트 내에 입점해 있다고 하니 단품 위주의 메뉴가 준비되어 있을 것 같아요.

 

 

래플스 시티, 한인식당 향토골
래플스 시티, 한인식당 향토골

 

 

제법 이른 시각이라 손님들이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식사하러 오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주 고객들이 현지분들입니다. 싱가포르 아침 식사 문화는 특별하지 않습니다. 카야토스트와 보일드 에그, 거기에 진한 코피 한잔 곁들여 드시거나 가벼운 누들 정도 드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아침부터 한식 드시고 계신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K-FOOD가 요즘 얼마나 대세인지 보여주는 모습이기도 하네요.

 

 

래플스 시티, 한인식당 향토골
래플스 시티, 한인식당 향토골

 

 

반갑게 맞이해주는 직원분께 '혹시 떡국 되나요...?' 하고 물어봤습니다. 목소리에 경쾌함이 묻어나는 스텝이 웃으며 말합니다. '잠시만요. 메뉴에는 없지만 주방장께 여쭤보고 올게요.' 합니다. 살짝 좋은 느낌이 들었고 어쩌면 운좋게 먹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시 후 사뿐사뿐 가벼운 걸음으로 다가온 스텝이 '몇 인분 준비해드리면 될까요? 주방장께서 특별히 만들어 주신다고 하네요.' 합니다. 그 순간 얼굴에 화색이 돌면서 온몸에 퍼져있던 감기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따뜻한 보리차
따뜻한 보리차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는동안 따뜻하게 준비된 보리차(발리 티)를 내주셨어요. 한국에서 흔한 보리차가 여기에서는 귀한 대접받는 티입니다. 보통은 탭 워터(수돗물)를 제공하거나 별도로 워터 바틀(시판용 생수)을 주문해서 마실 수 있어요.

 

이곳에서는 탑업 메뉴로 제공되는 5가지 메뉴가 있는데요. 만두, 김말이, 브라운 라이스, 보리차, 맥심 커피입니다. 저희에게 내주신 발리차도 유료인데 서비스로 주셨습니다. 맥심 믹스 커피가 과연 로컬분들 입맛에 맞을까 생각했었는데요. 뒤쪽 테이블 손님 한분이 맥심 커피를 드시고 계시는 걸 보고 바로 수긍했습니다. 한국의 맛은 이제 세계의 맛이구나!

 

 

향토골 탑업 메뉴
향토골 탑업 메뉴

 

 

아무리 한식당이라고 하지만 메뉴에 없는 음식을 손님에게 제공한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닙니다. 그것도 싱가포르에서 쉽게 사 먹을 수 없는 음식을 흔쾌히 먹을 수 있게 해 주신다니 새해 첫날부터 임금님 수라상이라도 대접받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너무 감사한 일이라 인사를 몇 번이나 드렸는지 모르겠어요.

 

 

새해 떡국
새해 떡국

 

새해 떡국
새해 떡국

 

 

자리에 착석하고 10여분이나 지났을까요.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요리가 몇 가지 밑반찬과 함께 개별 트레이에 정갈하게 세팅되어 서빙됩니다. 그릇이 얼마나 큰지 양이 꽤 많아보였어요.

 

 

보너스 밥
보너스 밥

 

 

주문받은 스텝분이 밥까지 가져다주시며 국물이 많은 것 같으니 밥도 같이 드시라며 웃는 얼굴로 말을 건넵니다. 아, 너무 감동이라 눈물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메뉴에 없는 음식 만들어 주시는 것도 감사한데 한국 사람은 밥심이라며 밥까지 덤으로 주시니 2021년 한 해는 다른 건 몰라도 밥 하나는 잘 챙겨 먹을 수 있겠구나 하는 든든한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진한 국물 맛 소고기 떡국
진한 국물 맛 소고기 떡국

 

진한 소고기 국물이 더해져 텁텁할 것 같지만 의외로 깔끔한 맛입니다. 주방장님 마음이 더해져서인지 정말 맛있었어요.

 

 

사이드 디쉬
소고기 떡국

 

빛깔 좋은 달걀지단과 어우러진 파 쏭쏭, 김 가득 향토골 표 스페셜 떡국입니다.

 

 

사이드 디쉬
사이드 디쉬

 

김치, 무 피클, 땅콩 조림, 오징어 젓갈 4종류의 밑반찬이 함께 나왔습니다.

 

 

김치전
김치전

 

메인 요리가 살짝 허전한 것 같아 추가로 김치전을 주문했습니다. 과하지 않은 김치 맛과 적당한 두께의 전이 먹기에 부담 없어서 좋았습니다.

 

 

김치전
김치전

 

적당하게 바삭하고 기름지지 않은 김치전 스타일로 담백하게 즐길 수 있는 맛이었어요.

 

 

김치전
김치전

 

 

식사를 다 마치고 나니 웬걸 디저트까지 내어주십니다. 감동에 또 감동, 새해 첫날부터 복 들어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일 년 내내 운수 대통할 것 같아요. 제가 이런 디저트류를 좋아하는데요. 싱가포리안들이 즐겨먹는 쿠키류 같은데 이름을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HONG KAO LIAO LI 쿠키
HONG KAO LIAO LI 쿠키

 

페스츄리 안에 돼지고기 말린듯한 속재료가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내는 쿠키인데 새해 선물로 많이 하시는 것 같았어요.

 

 

HONG KAO LIAO LI 쿠키
HONG KAO LIAO LI 쿠키

 

 

직원분께 여쭤보니 본인이 선물 받은걸 나눠주신 거라 잘 모르겠다고 하시네요. 워낙 관심을 보이니 박스채로 들고 와서 보여주십니다. 베이커리 이름까지 메모해주셨어요. 구글 검색을 해보니 싱가포르에서 유명한 로컬 빵집입니다. 제가 사는 곳이랑 조금 동떨어져 있는 동네라 시간을 따로 내야 가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지인 선물용으로 좋을 것 같으니 찾아가 볼까 합니다.

 

 

HONG KAO LIAO LI 쿠키
HONG KAO LIAO LI 쿠키

 

쿠키와 함께 즐기라고 내어주신 맥심 오리지널 커피입니다. 머그 가득 찰 정도로 주셔서 디저트 먹는 시간이 밥 먹는 시간보다 더 걸렸어요. 이런 호사를 누릴 수 있을 거라 생각도 못했는데 싱가포르에서 느껴본 최고의 서비스였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즐기는 맥심 커피
싱가포르에서 즐기는 맥심 커피

 

 

한식당을 가더라도 현지화된 음식 맛과 한국과 다른 서비스 문화에 실망하고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 여기고 당연히 받아들이며 살다 보니 사람 간의 정을 잊어버리고 살았던 것 같아요.

 

 

TOKYO MILK CHEESE FACTORY 쿠키
TOKYO MILK CHEESE FACTORY 쿠키

 

 

설날 음식도 푸짐하게 대접받았으니 작은 선물이라도 해야지 싶었습니다. 음식점 바로 앞에 입점해있는 과자점에서 직원분들 가볍게 나눠 드실만한 쿠키 한 상자를 부랴부랴 사 왔습니다. 받지 않겠다고 하시는 걸 작은 감사의 표시라고 안겨드렸습니다. 오는 정이 있으면 가는 정도 있어야죠.

 

 

TOKYO MILK CHEESE FACTORY 쿠키
TOKYO MILK CHEESE FACTORY 쿠키

 

 

사랑 넘치는 한국인의 정을 타지에서 느껴본 게 너무도 오랜만입니다. 음식 한 그릇에서 받은 친절이 뭐 그리 대단한 일이냐 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제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그분들의 따뜻한 마음이 세상에서 무엇보다 고맙고 감사하고 행복한 일입니다.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

 

 

종이 매트 위에 인쇄된 문구가 향토골의 손님 대하는 자세를 말해주는 것 같아 옮겨봅니다.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벗이 먼 곳에서 오게 되면 이 역시 즐겁지 아니한가?

(공자(孔子), 『논어ㆍ학이(學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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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소개해드릴 블로그는 'LIFE IS GOOD' 피스브릿지입니다.

<요리하며 주말농장 운영하는 아빠>라는 타이틀로 블로그를 운영 중이십니다. 피스브릿지님은 귀엽고 사랑스러운 한 아이의 아빠이신데요. 부지런히 주말 농장 가꾸시는 취미생활과 아이와 아내분을 위해 맛있는 요리도 척척 만들어내는 일상을 조화롭게 잘 꾸려가시는 다정하고 멋진 마인드를 가진 분이십니다. 주말 농장에 관심있으시거나 행복한 가족의 일상을 함께 공유하고 싶으신 분들이라면 방문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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