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라이프/해외생활

독일에서 날아온 새해인사 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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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날아온 새해인사 카드

 

시절 인연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사물의 현상은 시기가 되어야 일어난다는 말을 가리키는 불교용어이다. 어떤 만남이든 오고 가는 시기가 있다는 의미이다. 인연이 될 사람은 노력하지 않아도 만나게 되어 있고 아무리 애를 써도 이어지지 않을 인연이라면 끊어지기 마련이다. 연인 사이에 국한해서 일컫는 뜻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모든 인간관계에 해당되는 말이다.

 

인연은 알 수 없는 것이다. 긴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관계는 언제까지고 이어진다. 언제 어디서 무엇을 하든.

 

 

독일에서 보내온 새해인사 카드
독일에서 보내온 새해인사 카드

 

 

며칠 전 독일에서 날아온 새해인사 카드를 받았다. 아끼는 동생이 보내온 카드 한장으로 그동안 타지에서 힘들었을 내 마음이 스르르 녹아내렸다. 소중하게 이어온 인연이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 날이었다.

 

 

독일 베를린 우표는 저렇게 생겼구나
독일 베를린 우표는 저렇게 생겼구나

 

 

S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아주 오래전 이야기다. 벌써 10년도 더 된 만남이니 보통 인연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어느 해 카페를 운영 중인 지인의 부탁으로 가게일을 1년 정도 봐준 적 있다. 인사동 중심가에 위치한 카페는 관광객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전통찻집이다. S는 그 시절 대학생이었고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위해 찻집에 발을 들였다. 하얀 얼굴에 긴 웨이브 머리를 한 예쁜 여대생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간단한 청소라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염려스러울 정도로 몸이 가벼운 아이가 차근차근 말을 건넨다. 보기와는 다르게 똑 부러지는 말투가 마음에 들어 함께 해보자고 했다.

 

반년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우리 사이엔 우정이 싹텄고 믿음과 신뢰가 쌓였다. 여느 친한 동생처럼 가족 이야기며 사적인 고민까지 주고받는 가까운 언니 동생이 되었을 무렵 S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었다. 졸업 무렵이 다가오자 진로 결정을 위해 시간을 아껴야 했기 때문이다. S가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의 싱가포르행이 정해졌고 찻집과도 굿바이 하게 되었다.

 

각자 가야할 길이 정해지고 우리는 연락이 뜸한 채로 미래를 향한 여행길에 올랐다. S는 대학 졸업 후 미술관 큐레이터로 경력을 쌓아 나갔고 그 사이 싱가포르에 터를 잡고 직장생활을 하던 나는 2년간의 계약 기간을 마치고 귀국 길에 올랐다. 서울에서 우리는 다시 조우했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눈물 글썽이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회포를 풀었다.

 

그 후 우리는 또 다시 각자의 인생 항로에서 열심히 달리고 있다. S는 독일 유학생의 신분이 되었고 나는 싱가포르로 돌아와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사업가가 되었다. 인스타그램으로 근황을 묻고 한해 한번 정도 목소리 들으며 수다스런 안부를 주고받는다. 비록 멀리 있지만 마음만이라도 1년 365일 서로를 응원해주는 우리들 사이가 언제까지고 이어지길 바란다.

 

 

독일어 새해인사
독일어를 몰라 파파고를 돌렸다.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보고싶은 동생의 손편지
3년 전에 다녀간 싱가포르가 그리운가보다. 언니도 너 보고 싶어. 싱가포르에서 또 만날 날을 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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